1832년, 벨기에
아돌프 케틀레(Adolphe Quetelet, 1796~1874)는 천문대를 운영하던 사람이었어요. 직업을 나열하면 천문학자, 수학자, 통계학자쯤 됩니다. 의사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는 비만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가 사로잡혀 있던 질문은 전혀 다른 것이었어요.
“인간을 평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당시 케틀레는 별의 궤도를 다루던 확률·통계 기법을 사람에게 적용해보려 하고 있었어요. 키, 몸무게, 가슴둘레 같은 것을 잔뜩 모아서 분포를 그려보니, 별을 관측할 때 보던 그 종 모양 곡선이 똑같이 나타났거든요. 그는 그 한가운데를 ‘평균적 인간(l’homme moyen)’이라 불렀습니다.
왜 하필 키의 ‘제곱’으로 나눴을까
사람의 체격을 비교하려면 문제가 하나 있어요. 키가 크면 당연히 무겁다는 것. 그래서 몸무게만으론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럼 키로 그냥 나누면 될까요? 케틀레가 자료를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어요. 성인들의 몸무게는 키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키의 제곱에 얼추 비례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이 식이에요.
지수 = 몸무게(kg) ÷ 키(m)2
이론에서 유도한 공식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니 이게 제일 잘 맞더라”에 가까운, 경험에서 나온 식이었어요. 이 점이 나중에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140년간 잊혔다
이 식은 한동안 ‘케틀레 지수’라는 이름으로 통계학자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쓰였어요. 건강검진이나 병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1972년, 이름을 얻다
시간이 흘러 미국의 생리학자 앤셀 키스(Ancel Keys, 1904~2004)가 비만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를 한꺼번에 비교하는 연구를 합니다. 여러 후보 중에서 그가 고른 게 바로 이 140년 묵은 케틀레 지수였어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간단한데, 집단을 볼 때 꽤 잘 맞았거든요.
이때 키스가 붙여준 새 이름이 Body Mass Index, 줄여서 BMI입니다. 천문학자의 통계 도구가 드디어 건강 지표가 된 순간이에요.
여기서 오해가 시작됩니다
정리해 볼게요. BMI는 원래 ‘집단’을 보려고 만든 도구였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걸 ‘개인’에게 씁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겨요.
- 근육이 많은 운동선수가 ‘과체중·비만’으로 나옴 — 근육은 지방보다 무거운데, BMI는 둘을 구분하지 못해요
- 반대로 근육이 적고 체지방이 많은 사람은 BMI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요
- 같은 BMI라도 나이·성별·인종에 따라 실제 의미가 달라져요
중요한 건, 이게 BMI가 고장 났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애초에 개인을 진단하라고 만든 물건이 아닌데 그렇게 쓰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자를 들고 무게를 재려는 셈이죠.
그럼 BMI는 쓸모없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BMI는 키와 몸무게 두 개만으로, 공짜로, 1초 만에 나옵니다. 이만큼 간편한 지표가 없어요. 수많은 인구를 한꺼번에 볼 때는 지금도 충분히 유용하고,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여전히 씁니다.
다만 개인에게는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에요. BMI가 알려주는 건 “한 번 살펴볼 만한가?” 정도지, “당신은 건강하다/아니다”가 아닙니다. 그 다음은 체지방률, 허리둘레, 혈액검사 같은 것들의 몫이에요.
190년 전 벨기에의 천문학자는, 자기가 만든 식이 21세기 사람들의 건강검진표에 찍힐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참고 자료
· Eknoyan G. Adolphe Quetelet (1796–1874) — the average man and indices of obesity. Nephrology Dialysis Transplantation, 2008 — academic.oup.com
· Adolphe Quetelet — Wikipedia
이 글은 건강 상담이 아니에요. 체중·건강이 걱정된다면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