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58이라는 이상한 숫자
미터법 단위는 보통 깔끔해요. 1km는 1,000m, 1L는 1,000mL. 그런데 1평 = 3.305785…㎡는 소수점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왜 이럴까요?
답은 평이 미터법에서 나온 단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원래는 '사방 여섯 자' 였어요
평의 원래 정의는 아주 직관적입니다.
가로 6자(尺) × 세로 6자 = 1평
사람이 두 팔 벌리고 누울 만한 넓이, 대략 그 정도 감각이었어요. 문제는 ‘자(尺)’를 미터로 바꾸는 순간 생깁니다. 1자는 10/33 미터거든요.
6자 = 60/33 = 20/11 m
1평 = (20/11)2 = 400/121 = 3.305785…㎡
즉 3.3058은 아무렇게나 정한 숫자가 아니라 분수 400/121을 소수로 편 것이에요. 딱 떨어지지 않는 게 당연했던 거죠.
어쩌다 한국에 자리잡았나
평은 원래 한자 문화권에서 두루 쓰던 단위였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평은 일본식 도량형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1902년 대한제국이 도량형을 정비하면서 일본의 곡척(曲尺)을 표준으로 들여왔고, 이후 일제강점기에 전국의 땅을 측량해 토지대장과 지적도를 만들면서 면적 단위로 ‘평’이 쓰였습니다. 땅문서에 박힌 단위는 쉽게 안 바뀌죠. 그렇게 100년이 흘렀습니다.
2007년, 법에서 퇴출됩니다
2007년 7월 1일부터 평은 비법정 계량단위가 됐어요. 무게 단위 ‘돈’도 같이였습니다.
거래나 증명에 평을 쓰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요. 그래서 아파트 광고, 부동산 계약서, 등기부등본은 전부 ㎡로 바뀌었습니다.
이유는 명확했어요. 국제 표준(SI 단위)에 맞추고, 3.305785…처럼 정확히 떨어지지 않는 단위로 인한 분쟁을 줄이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왜 아직도 “34평”이라고 할까
법이 바꾼 건 공식 문서였지, 사람들의 머릿속은 아니었어요.
“84제곱미터”라고 하면 넓은지 좁은지 감이 잘 안 옵니다. 그런데 “34평”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 대부분이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즉시 떠올려요. 수십 년간 축적된 감각의 단위인 거죠.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도 하나 짚고 갈게요.
- 흔히 말하는 ‘국민평형 84㎡’는 전용면적이에요 (약 25.4평)
- 그런데 사람들이 부르는 ‘34평’은 계단·복도까지 포함한 공급면적 기준이에요 (약 112㎡)
- 그래서 “전용 84㎡ = 34평 아파트”라는, 언뜻 안 맞아 보이는 표현이 성립합니다
결국 지금은 서류는 ㎡, 대화는 평이라는 이중생활이 이어지고 있어요. 법으로 단위를 없앨 수는 있어도, 100년 쌓인 감각까지 지우지는 못한 셈입니다.
참고 자료
· 국가기술표준원 — 법정단위 FAQ
· 대한민국의 측정 단위 — 위키백과
과태료·법정단위 관련 내용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실제 거래·신고는 관련 기관 안내를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