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0이 없었다
로마 숫자(Ⅰ, Ⅴ, Ⅹ, Ⅼ, Ⅽ…)를 보면 0이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걸 왜 숫자로 쓰지?"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없음은 그냥 없음이지, 셈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 거예요.
0에는 두 가지 역할이 있다
- 자리지킴(자리표시) — 503에서 십의 자리가 비었다는 걸 표시해요. 이게 없으면 위 그림처럼 53인지 503인지 헷갈리죠.
- 수 그 자체 — 계산에 참여하는 값. 5 − 5 = 0 처럼요. 이걸 인정하는 게 훨씬 큰 도약이었어요.
인도에서 '수'가 되다
7세기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가 0을 하나의 수로 다루는 규칙을 정리했어요. "어떤 수에 0을 더하면 그대로다" 같은 것들이죠. 이 개념이 아라비아 숫자와 함께 이슬람 세계를 거쳐 유럽으로 퍼졌습니다.
0이 바꾼 세상
0 덕분에 자리값 체계(일·십·백·천…)가 완성됐고, 큰 수와 복잡한 계산이 갑자기 쉬워졌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음수, 좌표, 미적분으로 이어졌고, 결국 0과 1만으로 돌아가는 컴퓨터까지 왔죠. 없음을 숫자로 받아들인 그 한 걸음이 이 모든 걸 열었습니다.
로마 숫자 체계에 0이 없다는 점, 자리지킴 0과 수로서의 0의 구분, 인도(브라마굽타)에서 0의 연산 규칙이 정립됐다는 점은 수학사에서 널리 인정되는 내용이에요.